Anthony Grafton (Editor), Glenn W. Most (Editor), Salvatore Settis (Editor), The Classical Tradition (Harvard University Press Reference Library), Belknap Press, 2013.
‘이폴리트 불역본’
헤겔 <<정신현상학>> 강독을 시작하던 날, 선생님께서 가방에서 장 이폴리트(Jean Hyppolite)의 불역본을 꺼내서 책상 위에 내려 놓으시던 순간을 난 잊지 않는다.
강독교재는 흔히 ‘호프마이스터 판 현상학’(Johannes Hoffmeister가 편집하여 Felix Meiner출판사에서 출간한 것)이라 불리는 것이었고, 함께 준비해야 하는 것은 ‘밀러 영역본’(A.V. Miller가 영역하고 J.N. Findlay가 서문을 써서 옥스퍼드대학 출판부에서 출간한 것)과 2권으로 된 ‘이폴리트 불역본’이었다. 나는 ‘밀러 영역본’은 해적본을, ‘이폴리트 불역본’은 빌려서 복사 제본한 것을 마련했다. 선생님 것은 당연히 복사 제본한 것이 아니었다. 난 아직도 원본을 구하지 못했다.
공부를 하려면 책이 있어야 한다. 책은 어떤 형태로든지 내용만 읽을 수 있으면 된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럴까?
강의를 하면서 도서관에서 빌려 복사 제본한 것을 들고 떠드는 것은 대충 봐준다해도 피디에프 판 프린트한 것을 들고 떠들 수는 없다.
강의할 일 없는 사람은 안 사도 된다.
그럴까?
원전은 사야 한다. 복사 제본한 것으로 공부를 하다가도 돈이 생기면 사야 한다. 중요한 이차문헌들은 사야 한다. 피디에프 판을 구해 읽으면서 공부하다가도 여러 차례 읽고 참조할 것이면 사야 한다. 공부하는 데 그만한 정성을 들여야 한다. 그런 정성 따위 없어도 공부만 잘하면 된다면 그렇게 해라.
인세
ㄱ이 ㄱ출판사에서 혼자서 잡지책을 다 써서 내던 무렵이다. 안면이 있던 그 출판사 사장에게서 원고 청탁을 받은 적이 있다. 안병욱의 에세이에 관한 비판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200자 원고지 100매, 매절로 100만원. 방학이면 돈들어 올 곳 없는 시간 강사에게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교보문고에 가서 안병욱의 책들을 사고, 애플컴퓨터를 쓰는 탓에 원고 매수를 계산하기 어려우니 원고지도 사서 딱 100매를 써서 보냈다. 출판사에서는 원고가 맘에 들지 않으니 다시 써달라고 했다. 다시 100매를 써서 보냈으나 싣기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 원고료를 받지 못한 것은 당연했고, 수고했다는 말이나 약간의 사례금도 전혀 받지 못했다. 더운 여름이었다.
그 때 이후로 ‘원고료’에 관한 원칙을 확실히 정했다. 처음부터 원고료나 인세에 관한 이야기가 분명하지 않으면 글을 쓰지 않는다, 원고료 지급이 곤란하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거저도 쓴다, 선인세를 받지 않는다, 원고를 보내고 책이 출간된 다음에 계약서를 작성한다, 출간 이후 쇄가 거듭된 다음에도 인세 정산이 불분명하면 절판하고 다른 곳에서도 출간하지 않는다, 출판사에서 제작비나 편집자 급여 등을 체불하고 있다면 절판을 고려한다 — 이런 것들이다.
지금 내가 책을 내는 출판사들에서는 이런 원칙을 적용한다. 한 군데에서는 아예 계약서 자체를 작성하지 않았다. ‘형편되는대로 드리겠다’가 내가 들은 말의 전부다. 그러니 아예 신경을 안써도 된다. 약속한 원고가 있기는 하지만 내가 알아서 쓰면 된다. 다른 한 군데에서는 새로 쇄를 찍으면 곧바로 해당 쇄의 인세를 지급받는다. 대개의 경우 초판 1쇄가 나오면 인세를 지급하고, 재쇄를 찍을 경우 그것이 다 팔리고 3쇄를 찍을 때 재쇄분 인세를 지급한다. 여기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하면 ‘돈가지고 까탈부린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까탈스럽다. 돈 문제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는 이들과 상대하기 싫어서다. 출판사도 기업이다. 돈 문제 깔끔하게 처리하는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출판사를 재능기부받아서 운영하려는 者들이 더러 있는데, 웃기는 짓이다. 시민운동도 그렇게 하는 건 말종 짓인데 하물며 기업이.
Tu autem, Domine Deus meus, exaudi; respice, et vide, et miserere, et sana me, in cujus oculis mihi quæstio factus sum, et ipse est languor meus.
But Thou, O Lord my God, hearken; behold, and see, and have mercy and heal me, Thou, in whose presence I have become a problem to myself; and that is my infirmity.
Augustinus, Confessiones, 10.33.50.
Nel mezzo del cammin di nostra vita
mi ritrovai per una selva oscura
chè la diritta via era smarrita.Midway upon the journey of our life
I found myself within a forest dark,
For the straightforward pathway had been lost.
Dante, Divina Commedia, Inf.1.1-3.
그렇지만 그것은 아마도 그것을 보고 싶어하는 자를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보고서 자신을 거기에 정착시키고 싶어하는 자를 위해서 하늘에 본(paradeigma)으로서 바쳐져 있다네. 그러나 그게 어디에 있건 또는 어디에 있게 되건 다를 게 아무것도 없으이. 그는 이 나라만의 정치를 하지, 다른 어떤 나라의 정치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네.
but perhaps there is a pattern set up in the heavens for one who desires to see it and, seeing it, to found one in himself. But whether it exists anywhere or ever will exist is no matter; for this is the only commonwealth in whose politics he can ever take part.
플라톤, <<국가>>, 592b.
Cornford, The Republic of Plato.
고전 음악, 학파
1.
아래는 위키피디아에서 발췌한 고전 음악 작곡가들에 관한 설명이다.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Franz Joseph Haydn, 1732-1809)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린다. 100곡 이상의 교향곡, 70곡에 가까운 현악4중주곡 등으로 고전 시대 기악곡의 전형을 만들었으며 특히 제1악장에서 소나타 형식을 완성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독일의 서양 고전 음악 작곡가이다. 거의 오스트리아 빈에서 살았다.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전환기에 활동한 주요 음악가이며, 작곡가로 널리 존경받고 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오스트리아의 서양 고전 음악 작곡가이다… 다작을 한 작곡가로, 오페라 약 27곡, 교향곡 약 67곡, 행진곡 약 31곡, 관현악용 무곡 약 45곡, 피아노 협주곡 약 42곡…”
아래는 위키피디아에서 발췌한 ‘현악 4중주’에 관한 설명이다.
“현악 4중주는 네 대의 현악기(보통 바이올린 두 대, 비올라와 첼로 각각 한 대)로 함께 연주하는 것 또는 그러한 악곡을 일컫는다. 현악 4중주는 서양 고전 음악의 실내악에서 매우 중요한 악곡 양식이다… 전통적으로 현악 4중주는 교향곡처럼 큰 규모의 4악장 형식을 갖추고 있다. 첫악장과 마지막 악장은 보통 빠르고, 고전적인 4중주에서 중간 악장은 느리거나 춤곡 형식(미뉴에트, 스케르초, 푸리안트)이다.”
위의 설명처럼 현악 4중주는 “서양 고전 음악의 실내악에서 매우 중요한 악곡 양식”이며, “교향곡처럼 큰 규모의 4악장 형식을 갖추고 있다.” 우리가 ‘고전 음악’이라는 명칭 아래 분류하는 음악은 현악 4중주라는 음악형식으로써 규정된다. 교향곡은 ‘큰 규모의 현악 4중주’인 것이다. 그런 까닭에 하이든에 관한 설명에서 “고전 시대 기악곡의 전형을 만들었으며”라고 서술한 것은 그를 ‘고전 음악의 완성자’라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베토벤은 16곡의 현악 4중주를 남겼으며, 슈베르트는 15곡의 현악 4중주를 남겼으므로 당연히 고전 시대의 작곡가에 포함시킬 수 있다.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는 그리 탁월하지 않으므로 고전 시대의 작곡가에 포함시키기에 곤란한 점이 있다. 물론 음악은 사상이 아니므로 그의 탁월함은 다른 규준으로 평가되어야만 한다.
2.
‘한국적’이라는 말을 넣어, 이를테면 ‘한국적 정치학’, ‘한국적 철학’을 넣는다면 독자적인 학문이 성립할 수 있는가?
이는 학문의 정체성을 특정 국가와 연결시켜 규정하려는 시도이므로 학문의 본질과 무관하다.
학문은 학파에 의해서 규정된다.
학파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학문 활동을 하는 행위자인 일군의 학자가 있어야 한다.
그 학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내용을 담은 고전 텍스트가 있어야 한다.
그 고전 텍스트를 읽는 형식인 방법이 있어야 한다.
학자, 텍스트, 방법 — 이것이 학파를 만든다.
Duncan Bell, The Idea of Greater Britain: Empire and the Future of World Order, 1860-1900, Princeton University Press; Reprint edition, 2011.
Anyone who picks up Machiavelli’s The Prince holds in his hands the most famous book on politics ever written. Its closest rival might be Plato’s Republic, but that book discusses politics in the context of things above politics, and politics turns out to have a limited and subordinate place.
Harvey Mansfield가 영역한 <<군주론>>, Introduction, 첫 머리.
What is a “great book”? It is probably impossible to define the concept analytically to anyone’s satisfaction, but it may be described pragmatically: a work that is loved, over time, by million of more-or-less ordinary readers and by thousand of scholars.
Robert & Jean Hollander가 영역한 <<신곡>>, Introduction, 첫 머리.
Jaroslav Pelikan, Eternal Feminines, Rutgers University Press, 1990.